사람이 사용하거나 사람과 함께 쓰는 로봇을 이해하고 디자인하고 평가하는 연구 분야다. ACM과 IEEE가 함께 여는 국제 학술대회 HRI가 이 분야의 대표적인 발표 무대다.
로봇의 생김새뿐 아니라 언제 말을 걸고 어디서 멈추고 어떻게 반응하는지까지 HRI가 다룬다. 산업디자인이 다뤄 온 사용성과 사용 맥락이 스스로 움직이고 판단하는 제품으로 넓어진 영역이다.
로봇을 디자인할 때 엔지니어, 연구자와 함께 쓰는 말을 모았습니다. 정의마다 출처를 밝히고, 산업디자이너에게 왜 중요한지와 아카이브의 관련 사례를 함께 적었습니다.
24 개 용어
사람이 사용하거나 사람과 함께 쓰는 로봇을 이해하고 디자인하고 평가하는 연구 분야다. ACM과 IEEE가 함께 여는 국제 학술대회 HRI가 이 분야의 대표적인 발표 무대다.
로봇의 생김새뿐 아니라 언제 말을 걸고 어디서 멈추고 어떻게 반응하는지까지 HRI가 다룬다. 산업디자인이 다뤄 온 사용성과 사용 맥락이 스스로 움직이고 판단하는 제품으로 넓어진 영역이다.
사람이 기대하는 행동 규범을 따르며 사람과 상호작용하고 소통하는 자율 또는 반자율 로봇이다 (Bartneck & Forlizzi, 2004). Fong 외(2003)는 더 넓게 사회적 상호작용이 중요한 로봇이라고 정의했다.
소셜 로봇에서는 표정과 목소리, 몸짓 같은 반응이 곧 기능이다. 그만큼 기대도 커진다. 감정을 내세운 Jibo와 Pepper는 실제 능력과 기대의 차이에서 실망을 샀고 말하지 않는 PARO는 그 차이가 작았다.
사람이나 장비를 위해 쓸모 있는 일을 하는 로봇이다. 개인용과 업무용으로 나뉜다. 국제 표준 ISO 8373:2021은 로봇을 산업용, 서비스, 의료용으로 나누며 의료용 로봇은 2021년 판에서 새로 따로 분류됐다.
서비스 로봇은 맡은 일로 정의되고 소셜 로봇은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정의된다. 그래서 한 로봇이 둘 다일 수 있다. 일을 맡은 로봇이 사람 같은 몸을 가지면 사람들은 일의 효율과 상호작용을 함께 따진다. 매장의 Pepper가 태블릿과 비교된 이유다.
관련 사례 Pepper
실제로 작동하는 시제품이다. Houde와 Hill(1997)은 프로토타입을 매체와 관계없이 디자인 아이디어를 표현한 모든 것으로 보고 역할, 룩앤필, 구현을 확인하는 프로토타입과 이 셋을 합친 통합 프로토타입으로 나눴다. 하드웨어 회사는 생김새를 확인하는 looks-like 시제품과 작동을 확인하는 works-like 시제품을 따로 만들기도 한다.
로봇은 모형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 많다. 움직임의 속도와 소음, 무게, 반응이 늦어지는 순간은 작동해야 보인다. 디자이너가 works-like 단계부터 참여해야 형태와 동작을 함께 다룰 수 있다.
이 용어집에서는 로봇의 기구, 전기·전자 회로, 펌웨어를 설계하고 양산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일을 가리킨다. 소비자 하드웨어는 보통 세 단계 검증을 거친다. EVT는 설계대로 작동하는지, DVT는 양산 공장에서 만든 제품이 외관과 기능 요구를 충족하는지, PVT는 양산과 최대한 같은 조건에서 생산이 되는지를 확인한다.
단계가 뒤로 갈수록 형태를 바꾸기 어려워진다. 디자이너가 EVT 이전에 내부 구조와 외관의 관계를 엔지니어와 함께 정해야 DVT에서 큰 수정을 피할 수 있다.
로봇 몸체에서 모터 같은 구동기로 움직이는 부분과 그 배치를 말한다. 어느 부위가 어떤 방향으로 몇 축 움직이는지를 가리킨다. 정해진 표준 용어는 아니다. 국제 표준 ISO 8373은 로봇의 움직임을 설명할 때 '축(axis)'이라는 말을 쓰도록 권하고 국내 공학 문헌은 로봇의 움직이는 기구를 '구동부'라고 부른다.
어디가 움직이느냐가 로봇의 표정과 성격을 정한다. Jibo는 원통 세 개를 돌려 몸을 숙이고 고개를 돌렸고 PARO는 고개와 지느러미, 꼬리, 눈꺼풀을 움직인다. 구동부가 늘면 표현이 풍부해지지만 원가와 소음, 고장 날 곳도 함께 는다.
로봇이 자신과 주변의 상태를 재는 장치다. ISO 8373:2012는 로봇 내부 상태를 재는 내부 상태 센서(엔코더, 가속도계, 자이로스코프 등)와 환경이나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재는 외부 상태 센서(비전, 거리, 힘, 촉각, 음향 센서 등)로 나눈다.
센서의 종류와 위치도 디자인의 문제다. 카메라가 어디를 보는지, 손이 닿는 곳에 촉각 센서가 있는지가 사람이 로봇을 대하는 방식을 바꾼다. LOVOT는 몸 거의 전체에 터치 센서를 달았고 PARO는 다섯 종류의 센서로 쓰다듬기와 안아 올리기를 알아듣는다.
관련 사례 PARO
로봇을 움직이는 힘을 내는 장치다. ISO 8373:2012는 로봇의 움직임을 일으키는 동력 기구로 정의한다. 전기 모터가 대표적이다.
액추에이터의 크기와 무게, 소음, 열은 외관과 사용 경험에 그대로 드러난다. Pepper를 사용한 연구자들은 과열 때문에 최대 30분씩 식혀야 한다고 불평했다.
관련 사례 Pepper
물체나 로봇의 자세를 나타내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독립 좌표 수다. 회전 관절이나 직선 관절 하나는 보통 자유도 하나를 더한다. ISO 8373:2012는 로봇의 움직임을 말할 때는 이 말 대신 '축'을 쓰라고 권한다.
자유도가 높을수록 할 수 있는 동작이 늘지만 제어와 원가도 함께 커진다. 사람에게 뜻이 전해지는 몸짓에 자유도가 몇 개 필요한지 정하는 일은 디자인 결정이다.
로봇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로봇 끝의 기계적 접속부에 붙이는 장치다. 그리퍼, 너트 러너, 용접건, 스프레이건 등이 있다 (ISO 8373:2012). 고용노동부의 협동로봇 안전 가이드는 '말단장치'라고 쓴다.
사람 곁에서 일하는 로봇은 엔드 이펙터가 무엇을 잡을 수 있는지에 따라 쓸모가 갈린다. Pepper에는 물건을 쥘 손이 없었고 Moxi는 그리퍼 달린 팔로 물품을 나른다.
관련 사례 Pepper
정상 작동 조건에서 성능 저하 없이 로봇의 기계적 접속부나 이동 플랫폼에 실을 수 있는 최대 하중이다. 엔드 이펙터와 부속품, 작업물의 무게와 관성 효과를 포함한다 (ISO 8373:2012 정격하중).
서비스 로봇에서 가반하중은 곧 쓸모다. BellaBot은 쟁반 4단에 최대 40kg을 나른다. 식당 직원들이 무거운 운반을 덜었다는 점이 이 로봇이 식당에 남은 이유로 꼽혔다.
모르는 환경에 놓인 이동 로봇이 그 환경의 지도를 점점 만들어 가면서 동시에 지도 안에서 자기 위치를 알아내는 문제, 또는 이를 푸는 기술이다 (Durrant-Whyte & Bailey, 2006).
집과 식당, 병원은 계속 바뀐다. 의자가 옮겨지고 사람이 지나간다. 지도와 위치 추정만으로 풀리지 않는 공간의 조건도 있다. Moxi는 일부 병원에서 길을 잃고 엘리베이터를 혼자 타지 못해 사람이 따라다녀야 했다.
이동 로봇이 일을 마치거나 배터리가 부족할 때 스스로 돌아가 충전하는 기지다. iRobot은 Roomba가 청소를 마치거나 배터리가 부족하면 홈 베이스로 돌아가 충전한다고 설명한다. 로봇을 들어 다른 곳에 옮기면 홈 베이스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고도 안내한다.
충전 도크는 로봇이 집 안에서 머무는 자리다. 도크를 어디에 두는지, 로봇이 돌아가 쉬는 모습이 어떻게 보이는지도 사용 경험의 일부다. 치매 돌봄 시설의 LOVOT 연구에서 직원들은 충전을 걱정거리로 꼽았다.
제품의 외함이 고체 이물질과 물을 얼마나 막는지 두 자리 숫자로 나타내는 등급이다. 첫째 숫자(0~6)는 먼지 같은 고체 이물질, 둘째 숫자(0~9)는 물에 대한 보호 정도를 뜻한다. 첫째 숫자 6은 먼지가 들어가지 않는 수준이다. 국제 표준 IEC 60529를 따르며 한국에서는 KS C IEC 60529 「외함의 밀폐 보호등급 구분(IP 코드)」로 도입됐다.
식당이나 병원처럼 물과 먼지가 있고 자주 닦아야 하는 곳에 놓일 로봇은 이음매와 틈, 버튼 위치까지 이 등급의 영향을 받는다. 세척 문제는 기능보다 먼저 사용을 멈추게 하기도 한다. PARO는 털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이 요양시설 사용의 장벽으로 꼽혔다.
관련 사례 PARO
로봇이 사람을 닮을수록 호감이 커지다가 사람과 거의 같아지기 직전에 갑자기 거부감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일본의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가 1970년에 제시했다.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도 올라 있다.
모리는 디자이너에게 골짜기 앞의 첫 번째 정점을 목표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Pepper 개발진은 불쾌한 골짜기를 피하려고 사람과 지나치게 닮은 모습을 일부러 피했다고 설명한다. PARO가 낯선 동물인 물범을 고른 것도 실제 대상과의 비교를 피하려는 선택이었다.
사람이 아닌 대상의 행동에 사람 같은 특성과 동기, 의도, 감정을 부여하는 경향이다 (Epley, Waytz & Cacioppo, 2007). 로봇 연구에서는 로봇처럼 사람이 아닌 대상에게 사람의 속성이나 정서, 의도를 부여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신홍임, 2021).
사람은 로봇을 쉽게 의인화한다. AIBO는 장례를 치렀고 Moxie 서비스가 끝날 때 아이들은 친구를 살려 달라며 울었다. 의인화는 애착을 만들지만 회사가 사라질 때의 상실도 키운다. Duffy(2003)는 로봇의 형태와 행동에 의인화를 어느 정도로 담을지를 디자인의 문제로 다뤘다.
참가자는 작동하는 시스템을 쓴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숨은 실험자가 응답을 만들어 내는 실험 방법이다. Kelley(1984)가 자연어 사무 시스템을 설계하며 'OZ 패러다임'이라고 이름 붙였다. HRI에서는 원격 조작자인 '마법사'가 로봇의 움직임과 말, 몸짓을 조종한다.
인공지능이 완성되지 않아도 사람이 로봇과 어떻게 상호작용할지 미리 시험할 수 있다. 디자이너가 워킹 프로토타입 전에 로봇의 행동과 대화를 검증하는 데 쓰기 좋다. Riek(2012)은 HRI의 WoZ 실험 54건을 검토하고 새 보고 지침을 제안했다.
사람들이 사회적 행동과 인식에 따라 서로 사이의 거리를 어떻게 쓰고 조절하는지 연구하는 분야다.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이 제안했다. HRI 연구(Walters 외, 2009)는 대략 친밀한 거리 0.45m 이하, 개인적 거리 0.45~1.2m, 사회적 거리 1.2~3.6m, 공적 거리 3.6m 이상으로 나눈다.
로봇이 어디서 멈추고 얼마나 가까이 다가오는지가 사람이 느끼는 편안함을 바꾼다. 청소 로봇의 사회적 상호작용 거리를 다룬 국내 연구도 있다. LOVOT처럼 안기는 로봇은 처음부터 친밀한 거리 안으로 들어오도록 디자인됐다.
로봇의 움직임만 보고도 사람이 로봇이 어디로 가려는지, 무엇을 하려는지 빨리 알아챌 수 있는 정도다. Dragan 외(2013)는 움직임이 예상과 맞는 정도인 예측 가능성(predictability)과 가독성이 근본적으로 다르고 서로 충돌하기도 하는 성질이라고 보였다. '동작 가독성'은 이 용어집에서 붙인 번역어다.
병원 복도에서 로봇이 어느 쪽으로 비켜설지 미리 보이면 사람은 덜 멈칫한다. 디자이너는 형태뿐 아니라 움직임의 궤적과 속도, 머리나 눈의 방향으로 로봇의 의도를 드러낼 수 있다.
제품을 처음부터 만들고 조립하기 쉽게 설계하는 방법이다. 조립까지 포함해 DFMA라고도 부른다. Boothroyd, Dewhurst와 Knight의 책 『Product Design for Manufacture and Assembly』는 제조와 조립의 쉬움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정리하고 구성이 단순하고 만들기 쉬우며 전체 비용이 낮은 제품을 목표로 한다.
로봇은 부품이 많고 모터와 배선, 센서가 외관 안에 들어가야 한다. 외관을 나누는 선과 고정 방식, 부품 수는 디자이너의 결정이 원가와 수리로 바로 이어지는 지점이다. 고칠 수 있었던 AIBO는 제조사가 떠난 뒤에도 수리점에서 다시 살아났다.
관련 사례 AIBO
한 제품을 이루는 하위 조립품과 중간재, 부품, 원자재를 모두 나열하고 각각 필요한 수량을 적은 목록이다.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은 자재명세서를 제조나 조립에 쓰는 재료의 규격과 품질, 단가 같은 세부 사항을 적은 문서로 풀이한다.
로봇의 가격은 BOM에서 시작한다. 디자이너가 고른 소재와 마감, 부품 하나하나가 BOM의 한 줄이 된다. Embodied는 Moxie를 가능한 한 낮은 가격에 내놓기까지의 과정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람 가까이에서 일하는 개인지원로봇의 안전 요구사항을 정한 국제 표준이다. 2014년 판은 이동형 도우미 로봇, 신체 보조 로봇, 사람을 태우는 로봇을 다루며 시속 20km 이하로 땅 위를 움직이는 로봇에 적용된다. 장난감 로봇과 산업용, 의료용 로봇은 제외된다. 한국에서는 KS B ISO 13482 「로봇 및 로봇 장치 ― 개인지원로봇 안전 요구사항」으로 도입됐다. 개정판은 이름을 '서비스 로봇 안전 요구사항'으로 바꾸고 개인용과 업무용 서비스 로봇을 함께 다룬다. 2026년 9월 최종 투표 단계에 들어갔다.
디자이너가 정하는 형태와 소재, 속도, 모서리 처리는 안전 요구사항과 바로 맞닿는다. 개정판은 식당이나 병원에서 일하는 업무용 서비스 로봇까지 범위를 넓힌다.
아이가 참여하는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받는 연구윤리 심의와 승인이다. 법에서 쓰는 말은 '인증'이 아니라 '심의'와 '승인'이다. 한국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행동 관찰이나 대면 설문으로 자료를 얻는 연구도 인간대상연구에 넣고 연구 전에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의를 받도록 한다. 18세 미만 아동이 참여하면 법정대리인 같은 대리인의 서면 동의가 필요하다. 영국 Royal College of Art의 연구윤리 규정은 아동이 참여하는 연구를 최소 위험을 넘는 연구로 분류하고 범죄경력 조회(DBS)를 요구한다. 해외에서 연구할 때는 그 나라의 조회도 따로 받아야 한다. 미국 연방 규정은 부모의 허락과 함께 아동 본인의 동의(assent)를 구하도록 한다.
로봇 시제품을 아이와 함께 시험하는 일은 디자인 과정에서 흔하지만 법으로는 인간대상연구가 될 수 있다. 일정에 심의 기간을 넣어야 하고 동의서와 설명 자료도 아이와 보호자가 이해할 수 있게 디자인해야 한다. UNICEF는 2025년 12월 아이를 위한 AI 지침 3.0을 냈다.
한국에서 만 13세 이하 어린이가 쓰는 제품은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에 따라 위해 정도에 따라 안전인증, 안전확인, 공급자적합성확인 가운데 하나를 거친다. 시행규칙은 완구를 안전확인 대상으로 정한다. 연구 단계의 윤리 심의와는 별개의 절차다.
어린이용 로봇을 판매하려면 제품 안전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배터리나 무선 통신이 들어간 로봇이 전기용품이나 전파 관련 인증을 따로 받아야 하는지는 제품마다 확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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